맥주도 올랐는데 “참이슬, 믿었던 너마저”…소주 한 잔에 천 원? 결국 ‘1병 7천원’ 시대가 왔다

맥주 출고 가격이 오르면서 '맥줏값 7천 원' 시대가 조만간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소줏값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가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막판 저울질 중?

2023년 10월 24일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소줏값 인상은 일찌감치 예상됐던 것"이란 반응, 지난 2023년 4월 국내 10개 제조사의 소주 원료 주정(에탄올)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평균 9.8% 높였습니다.
소주병을 제조하는 공병 업체들도 앞선 2023년 2월부터 180원에서 220원으로 가격을 22%가량 올렸습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국내 대표적인 소주의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는 가격 인상 자제를 서둘러 요청했습니다.
일단 가격 인상을 보류했던 '참이슬'의 하이트진로와 '처음처럼'의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는 입장, 다만 소주의 경우 주종별 원부재료 가격 동향을 고려할 때 출고가 인상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2023년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을 올릴 경우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2024년 4월 총선 정국으로 미뤄질 경우 자칫 여론의 뭇매에 가격 인상이 불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주류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 요청에 의해 한차례 소주 출고가 인상을 보류했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라며 입을 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연말 성수기에 눈치는 보이지만 미룰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가격을 올리기는 더 어렵지 않겠냐"라고 반문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22년 가격 인상 요인이 확실한 소주 원가 상승분에 6개월간 보류분까지 1년 6개월간 가격동결로 인한 타격이 크다.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전기값 인상 등까지 더하면 소주 출고가를 최소 10% 이상은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시간문제”

소주 가격이 최소 7%가량은 오를 것이란 업계의 예측에 따르면 현재 1,166원인 참이슬 소주 360ml 1병 출고가는 84원이 오른 1,250원이 됩니다.
하지만 제조사의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인상된다고 해도 음식점과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000원 단위로 껑충 오르는 게 현실이기에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훨씬 더 극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소주 1병당 7천 원 시대가 멀지 않았다"라는 우려도 근거 없는 계산이 아닌 상황, 실제로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일부 음식점에서는 이미 소주 1병당 5~6천 원, 맥주는 6~8천 원에 팔리고 있으며 생맥주 1잔(500㎖)의 가격은 국산 6~7천 원, 수입산 8~9천 원 수준으로 책정됐습니다.

맥주 가격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 2023년 10월 11일 오비맥주는 이미 카스와 한맥 등 맥주 출고가를 6.9% 인상하며 신호탄을 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이트와 롯데칠성도 가격을 따라 인상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내놨습니다.
맥주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업체들은 "국내산 맥아 가격이 떨어진 만큼 맥줏값 인상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산 맥주는 원재료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48% 이상 급등한 국제 시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라는 설명입니다.
‘한 잔의 여유’가 위협받고 있다

술값 담합 의혹을 압박 카드로 제시한 정부는 2023년 10월 16일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 가격조정은 막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출고가가 소폭 올랐는데 식당 등에선 1,000원씩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중구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2)씨는 "소주 한 병을 대략 1,500~1,700원에 떼온다"라면서 말문을 틔웠습니다.
김 씨는 "식당은 월세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 등 여러 요소를 함께 고려해서 가격을 올린다. 맥줏값을 올려야 하지만 손님이 부담을 느낄것 같아 끙끙 앓고 있다"라고 푸념했습니다.
자영업자로서는 다른 식당이 올릴 경우 술값 인상을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처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셈입니다.

연말 회식을 앞둔 소비자들도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중소기업에 부장으로 재직 중인 김모(52)씨는 "한 해 동안 고생한 부원들과 소맥 한 잔이라도 하고 싶지만 소주가 1병에 6천 원, 맥주도 1병에 6천 원으로 각 1병 씩만 주문해도 1만 2천 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소주와 맥주가 1병에 3천 원씩이었는데 2년 사이 가격이 2배나 올랐다. 밥값보다 술값이 더 나오는 요즘 맥주와 소주 가격이 또 오른다니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에 근무하는 장모(38)씨는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폭등에 허탈하다"라며 탄식했습니다.
장 씨는 "연말에 소맥은 커녕 소주 한 잔도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없다니"라며 답답함을 드러냈습니다.
이 같은 반응이 곳곳에서 흘러나오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술로 시름을 달래기도 불편한 상황"이라며 "퇴근 길 직장인이 누릴 수 있는 '한 잔의 여유'가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